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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벨리은행(SVB은행)이 망한 이유최신이슈 2023. 3. 12. 11:17반응형
실리콘벨리은행 부도사태
미국에 은행 하나가 파산해서 유튜브, 신문, 방송 모두 떠들썩하다. 우리 같은 문송한 투자자들은 사실 처음 들어보는 은행이기는 한데, 실리콘 벨리에서 급성장한 은행이라 우리나라에서도 벤치마킹하려고 노력을 많이 한 은행이라고 한다.
미국 자산 16위 정도까지 올라간 은행이라고 하는데 도대체 왜 갑자기 무너진걸까?
SVB은행 자산구조 분석
은행의 자산은 크게 유가증권 투자와 대출채권으로 나눌 수 있다. 그리고 보통의 은행들은 예금 금리로 싸게 조달해서 마진을 붙여서 조금 비싸게 대출하는 예대마진으로 주로 수익을 내기 때문에 유가증권보다는 대출채권의 비중이 매우 높다. SVB 은행도 동일한 구조인지 살펴보자.
SVB은행 홈페이지를 보면 SVB은행이 직접 자신들의 재무상태를 공시하고 있다.(https://ir.svb.com/financials/sec-filings/default.aspx)
2022년 말 기준으로 보면, 대출성 자산이(Loans, amortized cost) 아닌 유가증권 자산은 매도가능채권(Available-for-sale securities)이 $ 26,069 백만, 만기보유채권(Hold-to-maturities)이 $ 91,321 백만으로 나머지 비시장성 주식(Non-marketable and other equity securities)까지 합하면 $ 120,054 백만이다. 총 자산(Total Assets) $ 211,793 백만 중에서 전체 자산의 약 56% 를 차지한다.
SVB은행과 비슷한 규모인 미국 Citizens Financial Group 의 재무상태와 비교해보자(https://investor.citizensbank.com/about-us/investor-relations/financial-information/financial-results/2022.aspx)
총 자산 $ 226,733 백만에 유가증권 자산인 매도가능채권(Available-for-sale securities)이 $ 24,007 백만, 만기보유채권(Hold-to-maturities)이 $ 9,834 백만으로 유가증권 자산은 약 15% 정도밖에 안 된다. 투자은행이 아닌 일반은행이라면 기본적으로 자산에서 대출채권(Loans held for sale) 비중이 높아야 하는데 SVB은행은 비정상적으로 대출채권에 비해서 유가증권의 비중이 높다.
은행의 자산 중에서 유가증권 비율이 높은 것이 부실의 신호는 아니다. 다만, 은행의 수익구조를 고려해 보면 부정적인 측면이 있다. 산은 조사 월보에 언급된 것처럼 SVB 은행의 유가증권 구성비율이 대부분 국공채라는 것을 바탕으로 생각해 보자.
SVB은행은 ...(중략)... 과거 수익 확보 차원에서 부동산 부문에 투자하였던 적이 있으나, 1990년대 초반 美 부동산 시장 침체로 최초 적자를 시현한 이후 전략을 전면 수정하여 현재 대출 외에는 대부분 美 국공채 등으로 자금을 운용
( 출처: 해외 벤처금융 전문은행의 성공사례 분석 및 시사점 - 실리콘밸리은행그룹(SVB Financial Group) -
(p.62 ) )은행은 요즘 같은 금리 상승기에 부실만 발생하지 않으면, 예대마진이 올라가서 수익성과 현금흐름이 좋아진다. 하지만 은행 자산에서 국공채 비중 매우 큰 상황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금리가 상승한 만큼 국공채 가치가 급락하기 때문에 수익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금리 상승기에 다른 은행은 꿀 빨고 있는데 혼자만 죽 쑤는 상황이 된다. (유가증권 가치는 금리가 오를수록 떨어진다. 금리는 떨어지는데 채권가격은 왜 오르지? 참조)
부도의 신호: 기타포괄손실 확대
은행의 유가증권 비중이 높은 상황에서 듀레이션 관리까지 실패하면 은행의 부도는 현실화된다. 보통 은행은 조달과 운용의 듀레이션을 맞춰 자산/부채를 운용한다. 은행이 1개월 만기로 중앙은행에서 돈을 빌려서 1년 만기 대출을 한다고 가정하자. 그러면 은행은 1개월 뒤에 중앙은행에 갚을 돈을 갚을 수 없다. 대출 만기가 1년이라 1년 뒤에나 채무자에게 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은행은 조달한 돈을 제대로 상환하면서 운용하기 위해서 듀레이션 관리에 매우 신경 써야 한다.
그런데 SVB은행은 듀레이션 관리 또한 완전히 실패한 모습을 보인다. 위 그림 2에서 총 자산 대비 유가증권 비중 외에 또 주목할 부분인 기타 포괄손익(Accumulated other comprehensive income(loss))을 보자. 2021 년 $ 9 백만(손실)에서 $ 1,911 백만(손실)로 약 200배 증가했다. 기타 포괄손익에는 매도가능채권(Available-for-sale securities)의 평가손익이 반영되는데 금리상승기에 기타 포괄손익이 급증했다는 것은 보유채권의 듀레이션이 길고 지급금리(COUPON)은 매우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회계규정상 만기보유채권(Hold-to-maturities)은 평가하지 않지만 기타포괄손익의 움직임을 볼 때 만기보유채권도 듀레이션이 매우 길고 지급금리(COUPON)도 낮을 것이다.
금리 상승 장이 시작되기 전에 듀레이션을 줄이고 운용 채권 만기를 짧게 운용했다면 지급금리(COUPON)가 높은 고금리 채권을 많이 보유했을 것이고, 기타포괄손익이 200배나 증가하는 참사는 막았을 것이다. 기타 포괄손실 증가는 은행의 자본을 줄이고 BIS 비율을 악화시킨다. BIS 비율 악화는 뱅크런의 시발점이 되었을 것이다. 뱅크런이 발생한다면, 예금 인출 요청에 맞춰서 현금을 확보해야 한다. 고객의 예금 지급 요청에 응하는 것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무조건 현금을 확보해야 하는데, 현금확보를 위해 갖고 있는 자산이 채권밖에 없다면 채권을 매각해야 한다. 그런데 지급금리(COUPON)는 낮고 만기는 긴 채권은 시장에서 매우 낮은 가격에 팔린다. 결국 채권 매도로 조달할 수 있는 현금에 한계가 생기게 되고 파산으로 이어졌다.
정말 위험한 상황인가?
누군가 부도가 나면 우리는 "부도난 곳에 물린 주체가 누구인가?"를 봐야 한다. SVB은행 부채 내용을 위 그림 2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총부채 $ 195,498 백만 중에서 $ 173,109 백만, 약 88% 가 예금성임을 알 수 있다. SVB은행이 은행 간 MONEY 거래나 장기 차입금 등으로 자금을 조달한 게 아니라 고객의 저원가성 예금으로 자금을 조달해 왔다는 뜻이다. 결국 SVB은행에 물린 사람들은 다른 금융기관이 아니라 일반 예금자, 실리콘 벨리 기업 등이다. 2008년 금융위기처럼 금융기관의 연쇄도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뜻이다.
"SVB은행에 돈을 예치한 실리콘 벨리 기업들이 예치한 돈을 받을 수 있을까?"가 문제인데, SVB은행의 유가증권이 대부분 국공채가 맞다면 회수는 가능할 것이다. 문제는 시간이다. 당장 돈이 필요한 신생기업들이 돈을 찾지 못한다면 유동성 부족에 의한 추가 파산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도 실리콘 벨리 모든 기업들이 SVB은행 한 군데랑만 거래하는 것도 아닐 것이고, 예금을 못 찾아서 피해를 입은 기업들은 정부에서 적절히 도와줄 것이다. 당분간 미디어의 효과로 시장이 크게 출렁거릴 수는 있지만 장기적인 효과는 크지 않을 것 같다.(물론 공포심이 장기화되면 그 결과는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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