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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는 안전자산이 더 이상 아닐까?최신이슈 2022. 5. 17. 07:30반응형
엔화는 종이조각이 될 것인가?
엔화가 심상치 않다. 1달러당 130엔까지 달러/엔 환율이 올라갔는데, 이는 1달러 당 지불해야 하는 엔화의 양이 커졌다는 의미로 엔화의 가치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엔화 가치 급락에 맞물려 일본이 망할 것이라는 식의 기사도 쉽게 검색할 수 있고, 일부 지상파 메인 뉴스에도 비슷한 뉘앙스의 기사가 보도되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의 엔화 가치 급락이 엔화가 더 이상 안전자산이 되지 못한다거나 일본이 당장 망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보기는 힘들다. 이는 일본의 경기침체의 역사와 그 대처 그리고 현재 실제 일본이 발표하고 있는 지표들을 보면 명확해진다.
잃어버린 10년 후? 안전자산이 된 엔화
"잃어버린 10년" 전의 일본은 초고도 성장국가였다. 자동차 산업, 전자 산업을 바탕으로 일본은 수출 중심의 성장을 이루어냈다. 플라자 합의 후(미국 달러화 가치를 내리고 일본 엔화와 독일 마르크화 가치를 높이는 정책을 채택한 합의) 그 동안 수출로 유입된 막대한 외화가 자국 내에서 엔화로 바뀌고(엔화 가치가 높아졌으니까) 이 돈은 주식과 부동산으로 몰렸다. 지나치게 몰린 돈은 버블을 형성했고, 1980년대 후반 자산 가격이 붕괴하면서 불황이 시작되었다. 그림2에서 처럼 1990년대부터 일본의 GDP 성장률이 급격하게 낮아지면서 소비침체 등이 나타난 것이다.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을 만든 일련의 과정은 아이러니하게도 엔화를 안전자산으로 만들었다. 먼저, 플라자 합의 후 고평가 된 엔화로 일본 기업들은 서서히 해외에 공장을 짓기 시작했다. 그리고 일본 부동산보다 싸 보이는 해외 부동산과 자산으로 투자를 다양화했다. 다음으로 아래 그림 3과 같은 경기부양을 위한 제로금리 정책은 일본의 해외 자산에 대한 투자를 가속화시켰다. 제로금리 정책의 결과 일본에서 싸게 돈을 빌려서 해외자산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 ( Yen Carry Trade )라고 불리는 투자가 활성화된 것이다. 그 결과 형성된 풍부한 해외자산은 풍부한 달러이자 위기시의 대응 능력이 되었다.
엔화의 추락? 과 아베노믹스
최근 엔화 급격한 가치 하락은 아베 정권 때 흔해져버린 엔화로 일부 설명이 가능하다.
2013년 아베정권 시절부터 일본은행은 위 그림 5와 같이 국채 매입을 급격하게 늘렸고 이를 통해 정부지출을 늘리면서 시장에 엔화를 흔하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왔다. 시장에 엔화가 흔해진 상태에서 코로나 19,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같은 충격이 오니까 가격이 조정을 받는 것이다.
나아가 현재 미국이 급격하게 금리를 인상하고 있는데 반해서 일본은 아무런 움직임도 취하지 않고 있다. 양국의 금리 차이가 벌어지는 상태에서 금리가 높은 달러 수요가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계속 안전자산이었고 앞으로도...
일본의 해외자산이 독일에 밀렸니 어쩌니 해도 일본은 여전히 손꼽히는 해외자산 보유국이다. 최근의 엔화 가치 하락을 미국-일본 금리 차이 및 그간 일본의 확장적 재정정책이 국제 충격에 의해 환율로 조정받은 것이라고 한다면 최근의 엔화 가치 하락은 엔화의 안전자산으로서의 위협이라고는 볼 수 없다. 최근 원화가치 하락보다 엔화 가치 하락이 더 크다는 식의 기사도 볼 수 있지만 아래 기사처럼 시점을 늘이면 2018년에도 못 미치는 수치이다.
물론 일본의 상대적으로 낮은 인플레이션 대응의 필요성 등으로 인해서 당분간은 엔화 가치 하락이 계속될 수 있지만 하반기에는 일본이 인플레이션 대응 필요성이 높아지든 세계 경제가 안정되든 해서 엔화 가치 하락이 다시 재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빌딩 몇 채 가진 건물주가 컴퓨터 좀 못하고 나이 좀 든다고 해서 재산이 어디 가는 것은 아니다. 물론 그 상태로 더 늙고 병들기까지 하면 상황이 달라지기는 하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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